[기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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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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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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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시장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어느 날 하늘이 울락 말락 꾸물거리더니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나기겠지 생각했지만 비는 두어 시간 동안 계속 내렸고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주머니에게는 고등학생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미술학원에 가면서 우산을 들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서둘러 가게를 정리하고 우산을 들고 딸의 미술학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학원에 도착한 아주머니는 학원 문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주춤거리고 서 있었다. 부랴부랴 나오다 보니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를 신은 채 달려왔기 때문이다.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혹시나 엄마의 이 초라한 행색에 창피해 하지나 않을까 생각한 아주머니는 건물 주변의 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딸을 기다리기로 했다. 여전히 빗줄기는 굵었고 한참을 기다리던 아주머니는 혹시나 해서 학원이 있는 3층을 올려다보았다. 학원이 끝난 듯 보였다. 마침 빗소리에 궁금했는지, 아니면 엄마가 온 걸 직감했는지 딸아이가 창가를 내다보았고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딸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딸은 못 본 척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고 다시 숨기고 하는 것이었다. 딸은 역시나 엄마의 초라한 모습 때문에 기다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슬픔에 잠긴 아주머니는 딸을 못 본 것처럼 하고 가게로 돌아 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미술학원으로부터 학생들의 작품전시회에 초대장이 날아왔다. 한나절을 고민하던 아주머니는 늦은 저녁에야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미술학원으로 올라갔다. 끝났으면 어쩌나 걱정을 한가득 안고 달려온 아주머니는 다행히 열려 있는 학원 문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또 다시 학원 문 앞에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그림 앞에 멈춰 선 아주머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림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작업복, 그리고 낡은 신발, 그림 속에는 한 달 전 비 오던 날, 어머니가 학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초라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 어머니를 피한 게 아니라 자신의 화폭에 담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엄마 곁으로… 환히 웃으며 달려온 딸과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도록 함께 바라봤다. 딸은 가장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는 가장 행복한 눈빛으로.”

그대여, 부모님의 손을 꼬옥 잡아주기 바란다. 오늘은 잡을 수 있지만, 내일은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잡을 수 있을 때 잡지 못하고 ‘내일 잡지’, ‘다음에 하지’ 하다가 영영 만날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라. 지금은 얼굴을 보면서 말할 수 있지만 얼마 후엔 하늘을 바라보며 말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모든 게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歲月不待人(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어려서부터 배운 한시 구절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싶어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다)을 다시 기억한다. 지상에 계실 때 자주 찾아뵙자. 자주 통화하고 자주 섬겨 모시자.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모아놓아도 나의 부모는 단 두 분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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